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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DESIGN)/건축디자인(Architect)

skin in architect and skin in fashion

by 테크한스 2016.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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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http://mdesign.designhouse.co.kr/article/article_view/101/45171



21세기 신표현주의 스킨 디자인현대 건축과 디자인은 왜 ‘스킨’을 탐닉하는가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금자씨는 말한다. “예뻐야 돼. 뭐든지 예뻐야 하는 거야.” 성형외과가 성황을 이루며 이제 누구나 쉽게 아름다움을 얻을 수 있는 시대다. 물론 이 바탕에는 과학의 도움이 막대하다. 여자의 얼굴뿐만 아니라 언제부턴가 도시의 풍경도 달라졌다. 모두 ‘내 존재를 알아달라’고 아우성이다. ‘구축’이라는 기본 명제에서 자유를 얻은 건축의 표면이 ‘표현성’을 쟁취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디자인으로도 넘어왔다. 표면은 이제 그냥 표면이 아니다. 자아도취적인 표현에 멈추지 않고, 과학을 발판 삼아 새로운 미학을 보여준다. 우리는 아직도 파르테논 신전 앞에서 착취당한 노동력을 떠올리며 ‘죄의식’을 느껴야 할까? 21세기 디자인은 과감히 ‘아니요’라고 말한다. 이번 특집에서는 건축과 디자인 분야 전반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표면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모았다


굳이 건축 이야기로 시작하자면, 근대 건축에서 표피(surface) 혹은 스킨(skin)은 내*외부 공간의 경계를 의미했다. 구축된 공간의 결과물이고 구조를 감싸는 외피다. 그 말은 표피가 독립적으로 주목받거나 가치가 있는 건축 요소라기보다 부산물이나 수단에 가깝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건축가가 사랑한 단어는 표피보다 오히려 ‘공간’일 것이다. 그것은 무형의 여백이고 보이드와 솔리드의 조화, 빛과 재료의 질감, 시퀀스를 통해 전개되는 어떤 경험에 대한 암묵적인 지칭이기도 하다. 표면적인 장식이나 화려함보다 공간의 경험을 더 우월한 경지로 받아들이는 이러한 태도의 배경에는 이성의 논리에 바탕을 둔 근대 건축의 철학이 있다. 근대 건축에서 ‘장식은 죄악’이었다. 따지고 보면 표피가 내*외부의 경계나 공간을 구축하는 수단에 머무르게 된 데에는 근대 건축의 대표적인 원리인 르 코르뷔지에의 도미노 시스템의 영향도 빼놓을 수 없다. 기둥과 슬래브(콘크리트 바닥)만으로 이루어진 기능적이고 규격화된 구조 시스템에서 더 이상 힘을 받지 않는 벽면은 구조에서 자유로워졌다. 구조와 표피가 분리된 것이다. 현대 건축은 이로 인해 근대 건축이 놓치게 된 것, 즉 도미노 시스템으로 인해 규격화, 획일화된 공간에 대한 반성과 질 들뢰즈에 의해 촉발된 ‘감각의 복권’의 영향으로 이성을 넘어 장식과 감각을 재발견하기 위해 새로운 공간의 확장 가능성을 모색하는 중이다. 바로 그 최전선에 다양한 ‘표현 장치’로써 건축의 경계인 표피가 놓여 있다. 표피는 더 이상 수단이 아니라 현대 건축의 개념을 표현할 수 있는 적극적인 하나의 장이 된 것이다.

구조와 표피의 결합, 미디어를 입은 표피
근대 건축에서 표피가 재료 자체의 물성에 의존한 마감재였다면 이제는 하나의 독립적인 건축 장치로 옮겨 왔다. 건축가들은 건축물의 표피를 접고, 구부리고, 겹치는 등 표면을 활성화하는 수많은 키워드와 새로운 접근 방법을 동시에 만들어내면서 구조체와 스킨 사이의 공간을 어떻게 확장할 것인지를 고민한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특정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표피에 작가적인 아우라를 만들어내는 건축가도 있지만, 표피를 가장 광범위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경우는 바로 디지털 미디어일 것이다. 인터랙티브는 디지털 미디어와 사용자 간의 가장 강렬한 테마지만, 물리적 구축물인 건축물에 그 매커니즘이 형성될 것이라고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건축물의 표피가 디지털 미디어를 입는 순간 사람들은 끊임없이 변하고 반응하는 대상을 접하게 된다. 이미 UN스튜디오가 갤러리아백화점을 레노베이션하면서 디스크형 유리 소재와 LED 조명을 활용해 건물 자체가 도시의 전광판이 되게 한 예가 있다. 최근 건물의 한 면 전체를 미디어 월로 단장한 베이징의 그린픽스 미디어 월도 그 한 사례다. 시몬 지오스트라가 설계한 이 미디어 월은 특히 광전지가 내장되어 에너지 자급자족도 가능할 뿐 아니라, 디지털 미디어 아트를 도입해 건물의 스킨 자체가 예술적인 퍼포먼스의 장이 되도록 했다.
표피에 대한 모색이 표면 효과에만 집중한다는 한계에서 벗어나고자 스킨 자체가 건축 공간 개념을 결정하는 직접적인 요소가 되는 방법을 고민하기도 한다. 바로 구조와 표면을 일체화하는 것이다. 센다이 미디어 센터 작업 이후 표피에 대한 이토 도요의 관심은 토즈 빌딩(Tod’s Building)에서 극대화된다. 나뭇가지 형상을 한 외벽은 표피인 동시에 구조체로 하나로 통합된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 바로 베이징 국립경기장인데, 헤르조그 & 드 뫼롱은 계단, 지붕, 기둥, 외피 등 구조적 외피와 새둥지 모양의 장식적 외피를 하나의 그릇으로 결합시켜 내부와 외부 사이에 공간이 있는 내*외피의 통합체를 만들어내었다.

표피, 사람의 감각에 호소하다
표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착시 현상과 모아레 현상을 통해 감각에 주목하는 일본 건축의 흐름을 빼놓을 수 없다. 아오키 준이 설계한 루이비통 사옥 입면은 여러 겹으로 겹쳐져 있는데, 보는 위치에 따라 창과 패턴이 모호해질 뿐 아니라 입면의 깊이가 사라진다. 마치 M.C. 에셔의 유명한 판화 ‘서클 리미트 4’에서 보는 사람에 따라 천사가 보이기도 하고 악마가 보이기도 하는 것처럼, 표피가 착시 현상을 일으킨다. 건물은 더 이상 견고한 구축물이 아니라, 움직임과 시간에 따라 다른 시각 체험을 선사한다.
사나(SANAA)의 디올 오모테산도 사옥 역시 모홀로나기의 ‘움직임’ 효과처럼 시간과 움직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표피를 가졌다. 방법은 간단하다. 건물의 커튼월 안으로 비닐막을 둘러, 유리의 투명함 너머로 비치는 비닐막의 움직임, 그리고 사용자의 움직임에 따라 시선을 교란시키는 것이다. 움직임에 따라 변하는 이 비물질적인 효과는 견고하고 무거운 건물의 실존성을 제거한다. 이를 통해, 건물은 가벼움과 투명성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표피의 평면성을 강조하게 된다. 최근에는 더 극단적인 실험들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시가미 준야의 T 주택처럼 아크릴을 사용해 외벽을 투명하게 표현, 온전히 사라지게 하는 경우나, 스위스의 블러 파빌리온처럼 물이나 안개를 뿜어 그 효과가 곧 건축물의 표피가 되도록 표현하기도 한다.
건축물의 표피에 관한 실험은 매우 오랜 기간 다양한 키워드와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지만 주목할 것은 표피가 건축물과 관찰자 사이의 매개체일 뿐만 아니라 사용자에게 감각의 경험을 일깨우는 요소가 된다는 점이다. 사용자가 처음 대면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표피는 사용자와 건축의 주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등장한다. 표피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결국 사람의 신체가 체험하는 감각의 요소다.

스킨, 디자인 영역으로 확장하다.
신체와 접촉하고 반응하며 감각의 영역을 공간으로 확장하려는 태도는 사람의 감성에 주목하는 것이다. 접촉하고 반응하는 것, 스킨을 체험의 대상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건축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촉각과 감각에 주목한 <햅틱>전이 그 대표적인 예다. 하라 겐야가 디렉터를 맡은 이 전시는 이후 큰 반향을 일으키며 단독으로 세계 순회전을 하고 있다. 이 전시에서 주목하는 것은 바로 ‘어떻게 느껴지는가(How it feels)’, 즉 감각의 지평을 넓히는 디자인이다. 촉각, 터치. 이것은 바로 제품의 표면, 즉 스킨에 직접적으로 반응할 때 가능하다.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조명등이나 부드럽게 숨을 쉬는 리모컨, 물잔의 각도에 따라 끊임없이 움직이는 듯 보이는 올챙이 문양의 컵받침 등의 전시 제품들은 마찬가지로 착시 효과나 인간의 촉각을 통해 소통하는 방식, 즉 사용자의 감각에 호소하는 방식이다.
경계면이 아닌 감각을 일깨우고 구조와 통합된 스킨은 패션과 디자인 분야에서도 활발하게 나타난다. 최근 몇 년간 전 세계 순회전을 열었던 <스킨+본즈>전은 패션과 건축 간의 유사한 경향에 주목, 그 연결점을 살펴본 전시다. 옷과 건물이 인간의 신체를 보호하고 개성과 정체성을 표출할 뿐 아니라, 형태를 생성하기 위해 기하학을 사용한다는 공통점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패션과 건축에서 서로의 테크닉이나 형태 표면에 영감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건축가들은 프린팅, 땋기, 접기, 짜기 등의 기술을 차용해 건물의 표피를 더 복잡하게 발전시켰고, 의상 디자이너는 구조적 일관성이 내재된 옷을 만들기 위해 건축에 주목했다. 대표적인 것이 건물이나 옷의 표면에 구조물 혹은 뼈대를 결합시킨 구조적인 스킨의 개발이다. 토드 빌딩이 구조와 스킨의 완벽한 결합을 보여주듯, A-POC(A Piece of Cloth)는 이세이 미야케와 디자인 엔지니어 다이 후지와라는 솔기가 없는 완전한 의상을 선보였다. 이러한 스킨과 구조의 결합은 아이팟과 같은 제품 디자인에서도 발견된다. ‘만져라, 그러면 열광하리라’라는 모토는 결국 앞서 말한 촉각에 기댄 것이다.

돌아온 장식, 다시 일깨우는 감각
움직임 효과나 모아레, 착시 현상에 주목하는 표피의 탐색은 결과적으로 장식의 복귀를 보여준다. 일본 비평가 이가라시 타로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이 표피를 둘러싼 장식이다. 그는 일본 건축의 최근 흐름 중에 새로운 기하학과 함께 구조적인 장식, 장식적인 구조에 주목한다. 화려한 브랜드 숍과 건축가의 밀월 관계가 장식의 복권을 가져왔다는 것도 배경 중 하나지만, 결국 이러한 장식이 건축의 예술적 가능성을 모색하게 한다는 것. 아르누보 건축이 철과 유리라는 새로운 성질의 재료를 사용해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유기적인 디자인을 선보여 예술로써 건축의 기사회생을 도모했듯이, 이제 다시 장식은 컴퓨터 기술로 후퇴했던 건축의 예술적 가치에 혼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것은 건축뿐 아니라 다른 디자인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표피, 스킨에 대한 접근이 결국 인간의 감각에 주목한다는 점이다. ‘외피의 주름과 빛의 효과, 개구부의 그림자, 전자 매체의 표면, 깊이 및 레이어의 표현’ 등은 사용자들로 하여감 다양한 감성적 자극을 받게 한다. 결국 장식의 탐구는 표피에 감성을 부여한다. 스킨 디자인은 다시 인간의 신체와 환경을 유기적으로 매개하여 인간의 감각을 일깨우기 위한 시도와 다름없다.
물론 건물의 표피 디자인 너머에 건물 입면에 대한 도시 자본의 논리나 상업적 성향 만이 강조되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체험의 폭을 확장하고 경계를 공간적으로 세분화하며, 인간 감성의 체험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스킨 디자인은 우리 감성의 문을 계속 두드릴 것이다. 건축물의 표피를 통해 새로운 공간을 확장하는 계기를 만들어가고, 패션에서 새로운 구조적 실험이 시도되며, 디자인에서는 장식을 재발견하며 촉각의 경험을 극대화시키고 있는 것처럼 스킨 디자인은 소통의 매개체가 되고 있다. 결국 스킨 디자인은 ‘디자인은 곧 감성’이라고 호소하는 것이다. 글/ 임진영(월간 <공간> 기자)

21세기 신표현주의 스킨 디자인

1 카멜레온처럼 변하는 외피 UN스튜디오
2 건물의 표면을 회화처럼 다룬다 아오키 준
3 빛이라는 강력한 디지털 스킨의 조율사 UVA
4 피부처럼 사람의 감정에 반응하는 옷 필립스의 디자인 프로브
5 내부를 먹어치운 외부 디자인 스튜디오 마킨 & 베이
6 소재 자체가 가장 효과적인 표면이다 요시오카 도쿠전
7 장식적 수공예의 현대적 부활 티옙
8 나이를 먹는 부드러운 표면 몰로 디자인의 소프트 가구 시리즈
9 직물 모듈로 만든 방 로낭 & 에르완 부훌렉 형제의 텍스타일 프로젝트
10 내*외부의 경계를 지운 미래적인 표면 퓨처 팩토리스의 튜버 조명
11 회화의 표현력을 그대로 접목한 표면 WOK 미디어의 뉴 브리드
12 '촉각'이라는 감각의 신대륙을 찾다 하라 겐야가 기획한 <햅틱>전
13 인간의 피부에 가장 가까운 섬유로 미래를 본다 하라 겐야가 기획한 <센스웨어>전
14 현대 건축에 장식이 부활하고 있다 <장식의 재추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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